여행스타일을 결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삶의 양상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단면이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아가고 싶으면 함께 여행을 하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으니까 말이다. 유명 여행지에서는 모두들 카메라를 꺼내들고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무언의 경쟁을 시작한다. 대개 나는 그런 관광객들의 모습을 내 사진기에 담아 둔다. 나는 그 사람들과 다르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내게는 그렇게 경쟁적으로 구경거리를 찍으려는 사람들의 모습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고 담아두고 싶은 볼거리일 뿐이고, 여행자는 여행자마다 자신만의 시각과 집중하는 포인트가 있다는 뜻이다.
방콕에서 우리 돈으로 200원 가량을 내고 올라탄 버스는 낡고 더러웠다. 얼굴보다 작은 선풍기 한 대는 운전석 바로 위에 붙어서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빈 자리는 커녕 제대로 몸을 가누며 서 있기도 불편했지만 매 정류장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올라타고 또 그만큼의 사람들이 내렸다. 날씨는 꽤 더웠고 모든 창문을 활짝 열었지만 가끔 뜨거운 바람이 까만 매연과 함께 불어들어올 뿐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통통거리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주치는 것은 무엇인가. 여행을 단순한 휴식이나 관광을 넘어서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여행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주체가 되는 자신의 여행이 아니라 타자의 여행을 한다. 여행이라는 단어 그 자체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서 곱씹어보지 않은 채 무작정 떠난다면 그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적을 수밖에. 여행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여행은 우리에게 좀 더 많은 성찰을 강요한다. 맛깔스러운 음식 사진과 감각적인 느낌의 사진을 곁들이면서 짤막한 글 몇 토막을 끼얹은 여행 에세이는 이제 진부해질 즈음도 되었다.
이런 때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무더기도 던져주는 책이 나왔다는 건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여행과 철학>이라는 교양강의도 하고 있다니 수강신청해서 들어보고 싶을 정도다. 한 학기 내내 여행에 대한 토의와 공상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아 물론 상상에 그쳐야 한다는 점이 아쉽지만(사실 내가 졸업한 대학에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교양 강좌가 있긴 있었다. 우리 학교엔 그런게 없어서 못해봤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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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숲을 여행하다 - ![]() 김재기 지음/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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