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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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





<핀란드 사람들은 연어를 좋아한다. 
일본 사람들도 연어를 자주 먹는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를 근거로 사치에는 핀란드에 식당을 차린다. 단순 혹은 우연의 일치를 바탕으로 한 판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를 보여주기도 하니까. 

몇 달 째 손님이 들지 않는 가게지만, 그 가게를 중심으로 점차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그들에게 소소한 감동과 즐거움을 전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여기에 크게 기교를 부린 음식은 없다. 전통적인 방식의 오니기리(주먹밥)와 샐러드를 곁들인 연어 구이, 바삭바삭한 돈까스, 시나몬 롤과 핸드 드립으로 내린 커피가 전부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사연과 이유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을 서로 알아봐주고 반응해주는 것 또한 사람이다. 사치에는 일 년에 두 번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투박한 오니기리 맛을 잊지 못해 머나먼 타국에서 오니기리를 만들고, 매일 저녁이면 그 옛날 아버지가 가르쳐 준 합기도 동작을 반복하고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런 사치에에게 오랜 부모님 간병 끝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조금은 홀가분한 느낌으로 핀란드에 왔다는 마사코의 말은 상처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항공 물류 과정에서 짐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탓에 사치에의 신세를 지며 지내게 된 마사코는 그 안에 중요한 물건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발을 동동 구르던 그 큰 가방에 없어서는 안 될 엄청나게 중요한 물건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닫는다. 그리고 핀란드에서 이것저것 물건도 사고 현지의 옷을 종류별로 사입으며 적응하는 모습으로 그 깨달음은 확실시된다.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고집스럽게 지고 다니는 삶의 무게감은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보면 새로 시작하거나 내려놓아도 충분히 큰 이상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닐까. 

눈을 감고 지도에서 찍은 나라가 핀란드였든, 여행도 사업차도 아니고 어찌어찌 놀러 왔든 핀란드에 온 세 여자는 구구절절 늘어놓지는 않더라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뭔가를 찾고 싶어한다. 진정한 삶의 목적이나 인생의 의미같은. 




핀란드인에게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말에 토미는 대뜸 '숲'에 그 비결이 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길로 숲으로 간 마사코가 찾은 건 버섯이었다. 그렇게 한 가득 채취한 버섯은 마사코가 나름대로 판단한 인생의 의미였지만 카모메 식당으로 돌아와보니 그 많은 버섯들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망연한 표정을 짓지만, 핀란드, 이 머나먼 땅에 와서야 찾은 줄 알았던 삶의 의미(버섯)은 핀란드 숲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되찾은 가방을 열자 그 안에 핀란드 숲에서 채취했다가 잃어버린 것과 같은 종의 버섯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본다. 인생에 대한 의미나 일종의 해답은 처음부터 자신의 내면에 있었던 것이다. 





사치에는 고양이를 몹시도 좋아한다. 첫 나레이션에서는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핀란드 갈매기를 좋아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덕분에 식당의 이름도 카모메(갈매기)가 되었다. 커피를 탈 때는 '코피 루왁'이라는 주문을 왼다. 지금은 종이 감소해 멸종 위기에 처한 사향 고양이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원두 이름을 한 잔의 커피를 내릴 때마다 외는 것이다. 

마사코는 낯선 남자가 맡긴 고양이 때문에 일본으로의 귀국이 지체된다. 다시 한 번 사치에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부분이다. 사치에에게는 무척이나 귀하고 호감가는 대상이 마사코에게는 시간을 빼앗아간 짐일 뿐이었던 것이다. 부모님도 고양이도. 




각자의 인사방법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끝으로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간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카모메 식당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매개로 관계를 맺고 마음을 열어 서로를 보듬으며 사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큰 파국이나 긴박한 사건 없이 시종일관 한가한 핀란드의 일상과 얼굴들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밋밋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잔잔한 울림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꽤나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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