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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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도락 기행의 하이라이트, 마트 반 값 할인 정복기






나이가 들고 현역에서 물러나면 꼭 이탈리아와 일본의 현지학교에서 요리를 배울테다. 해보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일을 적어두는 공간 중 한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젊은 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더해진다. 심심하지만 딱히 특별한 사건이나 일거리도 없는 일상에 젖어 P, T 공원으로 출근해 바둑두는 사람 뒤에 서서 훈수두다가 옥신각신 싸우며 노년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그 다음에 만났을 때도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으니까. 항상 그 삶을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으로 채워나가야지.

이탈리아 북부의 산타마리아 역 근처에서는 아침마다 호텔에 딸려 있던 카페에서 무카Mukka로 내린 카푸치노를 크루아상이나 브리오슈와 함께 먹었다. 한국에서는 아침을 항상 국이나 탕과 함께 든든하게 먹고 다녔던 내게는 양이 적을 수밖에. 게다가 내게 커피란 밥을 든든하게 먹고난 뒤의 후식이지 일어나자마자 마시는 음료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카푸치노를 마신지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느꼈다. 양이 찬다는 느낌은 없지만 뭔가 매력적인데 이거. 커피와 브리오슈로 아침을 때우고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바bar에서 아침밥을 해결하는 모습을 본다. 신문을 읽고 있는 남자의 테이블에는 카페라떼나 카푸치노에 크루아상, 브리오슈가 놓여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오전 10시쯤 아침식사를 한 번 더 한다. 점심과 저녁 시간은 자연히 조금씩 더 뒤로 밀린다. 현지인들 타임으로는 식사 때가 아닌데 아시아권 관광객들은 텅 빈 식당으로 불쑥 들어가 어, 왜 사람이 이렇게 없지? 자기들끼리 중얼거리며 메뉴를 주문한다. 잠깐이나마 넋 놓고 쉬던 주방장은 홀 뒤에서 욕지거리를 하며 프라이팬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호스텔이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든 좌우지간 머무르는 숙소 근처에는 대형 마트가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다. 대형마트 체인점 玉出(玉子에 이어 玉出이라니)이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었는데 딱히 음식들이 구미가 당기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찾아낸 한 줄의 정보로 교호 마트를 찾아나섰다. 역까지 무작정 찾아갔는데 직원들이 교호라는 상호 자체를 모른다. 큰 마켓을 알려달라고 했다. 아! 하더니 2번 출구로 나가란다. 와 진짜 대형 마트가 있네. 제대로 찾아왔다. 마트는 크고 아름답다. 상호는 교호가 아니라 고효Kohyo였다. 한 줄의 덧글을 남긴 사람은 분명 교호랬는데.






마트 체인점. 玉出





고효 마트. 건물 외관으로보나 실내 인테리어로보다 玉出보다 더 고급스럽다. 그런데 가격은 더 착한.





고효 마트의 매력은 저녁 9시 30분이 되기 전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9시 10분이 넘어가면서 회색 점퍼를 입은 직원이 바코드기를 들고 나타나면 슬금슬금 손님들이 직원 근처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뭐야 뭐지? 나도 덩달아 사람들 사이에 끼어 고개를 내밀고 쳐다본다. 직원은 먼저 후식 코너로 가 각종 조각 케이크와 컵 케이크, 각종 빵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하루나 이틀 남은 제품에는 반값 스티커를 붙인다. 어디선가 쑤욱 손이 나와 그 물건을 낚아 챈다. 반값 스티커를 붙이는 족족 사라진다. 호오. 감 잡았어.

9시 30분이 넘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앞치마를 두른 여자 직원이 양손에 가득 반값 스티커를 들고 나타난다. 강력한 오덕 포쓰를 풍기는 남자 몇 명이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그 뒤를 따른다. 그 직원은 양손 가득한 스티커를 초밥과 각종 덮밥류, 주먹밥, 오코노미야키, 튀김 등에 모조리 붙이기 시작한다. 그날 만들어 그날 팔아치우는 음식들에 예외는 없다. 베이커리 코너에서도 그날 구워낸 빵에 모조리 반값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계산이 빨라야 한다. 야호. 이것도 내꺼. 저것도 내꺼다. 반값 스티커가 붙은 먹거리만 잔뜩 장바구니에 담았다. 계산서를 보니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품목에 -50%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초밥 한 팩을 얼른 열어 맛을 본다. 후아. 한국의 마트에서 개당 600원에 팔던 초밥과는 그 퀄리티가 비교가 안된다. 오히려 한국에서 어지간한 회전초밥이나 초밥집에서 파는 것보다도 수준이 높다. 초밥세트와 후식으로 구입한 컵케이크를 먹고 부른 배를 토닥이며 잠이 들었다.















그날이후, 나와 동생은 저녁 9시만 넘으면 고효 마트로 향했다. 일단 야경을 즐길 때 즐기더라도 그날의 야식거리는 쟁여두어야 마음이 든든하니까. 그러면서 사람들의 패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9시 20분 정도가 되면 노숙자와 오덕 포쓰 등등한 남자들이 바구니를 들고 초밥과 도시락 코너를 서성이기 시작한다. 단, 먹거리를 바구니에 담지는 않는다. 눈대중으로 목표물을 가늠해놓고 양손가득 반값 할인 스티커를 든 아주머니가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릴 뿐.
약삭빠른 일본인 주부들이나 할머니들은 후식 코너에서 유통기한이 하루나 이틀 남은 케이크와 파이 등을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반값 할인 스티커를 붙이는 직원이 나타나면 스미마셍- 한 마디와 함께 미리 확보해둔 제과류를 내민다. 직원은 유통기한을 한 번 보고 반값 스티커를 붙여준다. 직원이 하나하나 유통기한을 확인해가며 반값 스티커를 붙이는 순간을 노리다가 비켜비켜 저건 내꺼라구! 외치듯이 마구마구 손을 뻗어 반값 제과를 쟁취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그날의 제과 목록을 모두 확인하고 매장 한켠에서 한숨 돌리는 직원에게 다가가 품위를 지키며 여유있게 반값 제과를 획득하는 것이다. 오오. 이런 방법이 있었나!
정말 예쁘게 만들고 포장한 샌드위치류는 반값 할인을 시작하는 순간 금방 동이 난다. 가츠돈과 장어초밥, 새우튀김과 생선튀김이 함께 들어있는 스페셜 오므라이스 같은 것도 반값 스티커가 붙는 순간 금방 바닥난다. 반면, 모듬 초밥류는 항상 양이 넉넉해 다른 반값 제품들을 먼저 확보하고 천천히 가도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음식은 푸딩이나 케이크다. 이런 디저트류는 통상 9시 10분 15분 정도에 반값 스티커를 붙이는데 반값 스티커를 붙이는 족족 바로바로 사라진다. 한 번은 오사카 시내 야경을 보다가 9시가 넘어 마트가 있는 역에 도착했다. 동생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저질 체력인 녀석이 갑자기 어디서 저런 힘이 샘솟았지 하는 마음으로 키득거리면서 따라 올라갔다. 다행이 아직 반값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 유통기한을 보면서 저번에 본 일본인 주부들처럼 내일이나 모레까지가 유통기한인 녀석들을 잽싸게 바구니에 담았다. 역시 회색옷을 입은 직원이 나타나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하자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한다.
내친 김에, 장어 초밥과 스페셜 스시 세트까지 미리 장바구니에 담았다. 제과류에 반값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은 다시 흩어졌다. 혼자 메모를 들여다보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스미마셍-을 외쳤다. 반값 스티커를 붙여준다. 얏호. 오늘은 디저트용 케이크를 무려 세 개나 챙겼다.






스페셜 오므라이스 +ㅁ+




마카롱!!!






모듬 초밥






샌드위치






으아니, 이것은






오오오 +ㅁ+






으아, 달달해.






마카롱. 레몬맛.






모듬 초밥 세트






생크림 올려진 진한 초콜릿 푸딩






다리에는 그 날의 피로를 풀어주는 휴족타임을 붙이고






쟝어. 오분. 오케?






감동의 고구마 컵케이크. 한국에서도 고구마 케이크 꽤 먹어봤지만 이건 정말 . . 물건이다. 고구마의 질감이 풍성하게 느껴지면서도 목이 메이지 않고 굉장히 촉촉하다니. 어떻게하면 이런 맛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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