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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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오코노미야키는 야경과 함께 즐겨야 제맛








오사카에서 야경을 보려는 사람들이 흔히 가는 곳은 우메다 스카이웨이에 있는 전망대. 오로지 야경을 보기 위해 돈을 내고 가는 건물이다. 헛, 그런데 <일본에 먹으러 가자>에 한큐 그랜드 빌딩 32층 식당가로 가면 밥을 먹으면서 야경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고급 실용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같이 가져간 가이드북은 영 도움이 안된다)


이날은 책에서 추천한 오사카의 명물 오코노미야키를 먹어보기로 했다. 체인점인 츠루하시 후게츠는 홍대에도 있는데 아무래도 본토 음식은 뭐가 달라고 다를게다. 번화가 중심에 있는 높은 빌딩에 자리한 가게에 오사카 시내가 훤히 내다보이는 야경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다보니 창가는 당연히 엄청난 인기석. 책쓴이는 야경을 보면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적어두었는데 우리는 5분이 조금 넘게 기다려서 운좋게도 로얄석 창가 자리를 얻었다(동생의 공이 컸음).






이제 막 한 두 개씩 건물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난 그냥 우리식대로 읽을란다. 풍월. 좋네.





오오스메와 료리와 난데스까? 직원이 제법 비싼 메뉴를 추천한다. 좋다, 이걸로 하겠소. 오코노미야키가 구워질때까지 이십 분은 걸릴텐데 철판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를 그 시간동안 듣고만 있는건 고문에 가깝다고 생각한 우리는 중화면을 야채와 다진 고기를 넣어 볶은 야키소바 대짜를 같이 주문했다.





점원이 사발에 반죽과 재료를 담아와 눈앞에서 능숙한 솜씨로 숟가락으로 반죽을 뒤섞어 철판 위로 재료를 부어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동그란 모양으로 굴려내고 어디론가 간다. 지글거리는 오코노미야키의 소리와 철판의 열로 전달되는 음식 냄새에 무방비 상태로 공격당한다. 꿀꺽. 왜 야키소바는 안나오는거야.


보는 것 다르고, 먹는 것 다르다고, 신촌이나 홍대 길거리 가판대에서도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미리 커다란 볼에 재료를 몽땅 뒤섞어놨다가 주문을 받으면 큰 그릇에 섞어둔 반죽 재료에서 일정량을 떼어내 철판에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고 뜨악한 적이 있다. 입 속으로 들어가 배로 들어가면 어차피 그 음식이 그 음식이기는 하지만 오코노미야키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내 눈앞에서 반죽과 재료를 뒤섞어 철판에 구워먹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 법. 어떤 음식이든 본토에서 진짜 원류를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 음식을 만들어 파는건 모양만 본뜬거지 진짜 원형에 가까워지기는 힘든 것 같다. 

벨기에에서 와플을 직접 먹어보고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만드는지 궁리해보지 않은 사람이 '벨기에 식으로 만들었다며' 파는 와플. 브뤼셀, 브뤼헤에서 먹어본 와플맛이 그리워 벨기에 식으로 만들었다는 말에 혹해서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샀다가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이건 벨기에 와플이 아니야'라고 중얼거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슬쩍 재료에 대해 운을 띄웠다가 설탕이 그 설탕이지 벨기에 설탕이라고 뭐 별 거 있냐는 말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나도 전문가는 아니라 잘 모른다. 그런데 밀가루부터 설탕까지 전부 벨기에에서 공수해다가 굽는다는 와플집 외에는 '와 이거야. 내가 벨기에에서 먹었던 와플은 이런 거였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와플을 굽는 가게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스페인식 빠에야도,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를 굽는다는 식당도 마찬가지다. 북부식인가요 남부식인가요 하는 질문에 진짜 이탈리아식으로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점원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언제부턴가 에라 됐다. 본토 음식은 본토에서 먹는게 아니라면 까탈스럽게 굴지 말자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큼직한 가츠오부시가 춤을 춘다.






야끼소바가 드디어 나왔다. 그냥도 먹어보고 이것저것 소스도 버무려 먹어본다. 소스에 따라 짭짤하기도 하고 달착지근해지기도 한다. 철판 한 쪽에서는 어느덧 오코노미야키가 다 익어간다.






점원이 갑자기 소스 통과 마요네즈 통을 들고 등장했다. 소스와 마요네즈를 듬뿍 얹어 대-충 마블링을 만들어놓고 갔다. 아 배가 고프다. 철판에 눌러붙은 야끼소바까지 닥닥 긁어가며 다 먹어치운지 오래다. 이십 분은 꽤 오랜 시간이었다.






정신없이 오코노미야키를 먹다보니 아까의 파란 하늘 빛은 모두 사라지고 오사카에 완전히 어둠이 내려 앉았다.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깥은 꽤나 바람이 차지만 여기는 따뜻하고 배도 부르다. 노곤노곤한 몸이 따뜻하고 포만감까지 느껴지니 슬슬 잠마저 쏟아진다. 







책쓴이(까날)는 '망원경이나 거대한 통유리 창이 없다고 해도'라는 표현을 썼지만 한큐 32번가에는 망원경 설비도 갖추어져 있었다. +ㅁ+ 글쓴이가 못보고 지나쳤거나 그새 망원경까지 들여놓은 모양. 사진 속 정겨운 뒤통수는 동생(돈도 안넣고 들여다 보고 있다. 당연히 먹물같은 검은 바탕 화면만 보이겠지. 하여간 진짜 개그 캐릭터ㅋㅋㅋ). 





이렇게 배불리 먹어놓고 또 자기 직전에 야식으로 조각 케이크와 초밥 세트를 숨쉬기 힘들 정도까지 먹고 잤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영양 고려해서 식단 관리하고 계획대로 운동해가면서 몸 관리했는데 그런 엄격한 기준따위 여행만 오면 없어진다. 한없이 관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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