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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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에는 철도 매니아가 그렇게 많을까








중학생 때 게임잡지를 보면서 들었던 의구심 중 하나는 아니 대체 왜 일본애들은 철도 운행 시뮬레이션 같은 특이한 게임을 만드는건가였다. 전철이라고 해봐야 아무리 생각해도 어두컴컴한 터널만 주구장창 빠바방거리면서 통과해 2분 간격으로 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하는게 지하철 운전수들의 일과일텐데 왜 그런걸 로망으로 생각하고 게임으로까지 만드는거지 싶었다.




일본에 와서 보니 알 것 같다. 우리나라 전철과 달리 일본에서는 맨 앞 칸 맨 앞자리에 앉으면 철도 운전수의 조종석도 보이고 앞유리창으로 보이는 정면 시야도 모두 한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면 지상으로 달리는 탓에 야외 주변 경관을 모두 바라보면서 갈 수 있다. 오오오오- 조종석의 각종 콕핏들까지 세세하게 다 보이고 운전을 하는 제복 입은 운전수의 뒷모습,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경치를 보고 있자면 나도 운전을 해보고싶다는 욕망이 절로 샘솟는다. 이래서 철도 운행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게 만들어지는거였어. 일본애들이 특이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럴 만 해. 이제 난 이해할 수 있어. 


일본에는 철도 사진가들도 많다. 심지어 철도사진 도감이 있을 정도(게다가 일본에는 철도사진작가협회까지 있다). 나도 사진이 취미지만 이런저런 언론과 책자를 통해 일본에는 철도를 전문으로 찍는 사진작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보고 들었을 때는(2007년이었나) 중학생 시절 왜 철도 운행 게임이 만들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대체 왜 그 교통수단에 그렇게들 몰입하는지 알 듯 말 듯 했던게 사실이었다. 철도사진의 대부로 히로타 나오타카(위에서 언급한 철도사진작가협회 초대회장 역임)라는 이름이 유명한데, 히로타씨가 가끔 D80을 가지고 다니면서 철도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동종의 장비를 쓴다는 사실 하나에 호감이 물씬(그러고보면 나도 참 단순한 캐릭터) 피어올라 그의 작업일지를 세세하게 읽었었다.



호오. 이제는 그것도 알 것 같다. 일본에는 사철도 참 많고 회사도 많아 열차의 종류도 많고 노선도 복잡하다. 여기서는 열차가 꽤 매력적인 피사체다. 일단 열차들의 외관이 다양하다. JR, 난카이, 라피도, 돗큐, 규코, 준큐, 후쓰 등 JR을 비롯한 민영자본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사철과 지하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또 한가지 의문이 드는건 대체 왜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저녁 열차의 조종칸에 무려 다섯 명의 제복 남자가 탑승해있는지다. 그래 한 명은 조종대를 잡아야 하잖아(좌측 하단에 앉아 있는 사람). 그리고 한 명은 안내 방송을 해야겠지(일본에서는 항상 마이크를 통해 생방송으로 다음 역 안내를 한다)? 어, 그런데 안내 방송 하는 사람은 맨 뒷 칸에 타던데. 으아악,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리고 아무리 관찰을 해봐도 조종을 하고 있는 한 명 외에 나머지 네 명은 그냥 가만히 서있을 뿐이다. 석양이 하늘을 붉혀 간다. 어스름하게 발간 빛을 받으면서 뒷짐 친 채 서있는 네 명의 제복 남자들이라니.



중간에 한 명의 남자가 내렸다. 그래도 네 명이 남았다. 난 아직도 풀지 못한 미스테리.
뭐야 이 인력낭비는.. 이러니까 교통비가 그렇게 비싼건 아닐까.




cf.

일본 열차가 얼마나 다양할지 가늠해볼 수 있도록 정리한 오사카 철도 노선 종류
(다행스럽게도 지하철 노선도는 이 노선들이 다 통합된 버전으로 배포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JR라인을 타다가 환승을 하려는 상황이 생겼을 때 뭔가 궁금한게 있어서 JR라인 직원한테 사철 중 하나인 한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그건 자기네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답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난감해진다.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럴 정도면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인들도 노선 체계를 잘 모르거나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다는게 과장은 아닐듯)


JR -
신칸센, 사쿠라지마센, 하루카, 오사카 환상센, 도자이센
사철 -
긴키일본철도(긴테쓰), 난카이, 한큐, 한신, 게이한, 한카이덴키, 뉴트럼 테크노포트, 테크노포트
지하철 -
미도스지센, 다니마치센, 요쓰바시센, 난코포토타운센, 주오센, 센니치마에센, 사카이스지센, 나가호리쓰루미료쿠치센


심지어 역들도 터미널역, 특별 급행 열차역, 급행역, 쾌속 열차역, 그 밖의 역 등으로 나뉜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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