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교토
커피와 더불어 즐겨마시던 물로는 차茶가 있는데 이것저것 구해서 마시다가 그중에서도 백차의 깔끔한 뒷맛에 매력을 느꼈었다. 녹차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주로 마시는데 한국 차의 전통 제다 방법은 덖음이다. 덖는다는 것은 재료가 가진 수분을 이용해 타지 않을 정도로 익히는 것으로, 커피콩을 볶는 행위가 마른 것을 굽고 익히는 것이라는 점과 비교해서 이해하면 편하다. 덖어 만든 차는 시원하고 맑은 향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간사이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수제 덖음차를 여러번 얻어 마셨다. 오랜만에 접한 다향과 더불어 생각해보니 일본에는 한국보다 찻집이 훨씬 더 많고 접근하기가 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차를 마시면 대학에서 2년이 넘도록 붙어다녔던 친구 한 명이 생각나는데, 뭐하고 있는지 전화를 하면 학교 근처 찻집에서 혼자 차를 마시고 있을 때가 많아서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그 찻집에서 그 친구의 추천으로 마신 우전雨前(또는 세작細雀)은 곡우 전에 나온 아주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라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려는 우리한테 어울리는 첫물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동생이 늦게까지 자는 틈을 타서 카메라를 들고 일찍 거리로 나왔다. 금빛이 도는 차 향은 단내가 나지만, 그 맛은 차분하게 눌려있는 기운이었다. 좋은 차는 적은 양의 차로도 여러번 우려 마시며 즐길 수 있다. 차 생활이라는 것이 제대로 하자면 무시못할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여유만 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고(흰머리가 날 정도로 나이도 좀 차고) 다판과 다포, 찻잔과 전통다관을 갖추고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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