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뜬금없이 민주기념탑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더운 날씨에 길을 나섰다. 난 그냥 타이마사지나 받고 생과일주스와 태국 음식 만찬을 즐기며 푹 쉬고 싶은 오후였다.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고는 뭔가 민주기념탑이 굉장할 것 같다고 동생이 바람을 넣으며 조르길래 카메라를 챙겼다. 이 나라 사람들은 맥도날드 통유리 앞에서도 태국 길거리 음식을 판다.
택시를 타자니 애매한 거리, 걸어가자니 그것도 애매한 거리. 그냥 걷고 걷다보니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20~30분은 걸었을까. 와, 민주기념탑이다. 그런데 뭐? 뭘 느끼라는거야 동생아.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때문에 숨은 쉬기 힘들고, 탑은 그냥 탑이었다. 동생이 잔뜩 신이나 묘사한 것처럼 뭐 엄청나게 육중하고 거대하고 압도되는 듯한 탑은 아니었다. 자, 이제 다시 30분을 걸어서 게스트하우스로 되돌아가야 한다. 동생을 마구 괴롭혀주고 싶다는 충동이 불끈불끈.
(사실, 민주기념탑은 민주 헌법을 제정한 날을 기념해 만든 것으로 태국 사람들한테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상징입니다)
뚝뚝이에 잔뜩 야채를 싣고 가던 할머니. 자세히 보면 야채와 짐들 사이에 할머니가 아슬아슬하게 비껴 누워 계신다. ㄷㄷㄷ 이건 집에 도착해도 짐 다 내리는 것도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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