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사진

방콕 첫날 저녁, 다사다난한






방콕에 도착해서 택시를 탔다. 목적지는 바로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모두 모이는 카오산. 고속도로를 타게 되면 추가 이용료 65바트를 더 얹어줘야 하는데 평일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15분, 20분씩 시간을 아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일반 도로로만 타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야비하게 생긴 기사놈이 연신 깐죽거리면서 한국에 대해 되지도 영어로 질문을 퍼붓더니 Traffic jam이라는 단어를 연신 말하면서 무작정 80바트를 달라고 보챈다. 친절하게 왜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지 설명해줘도 고속도로로 들어갈까 말까인데 뒤로 손을 내밀면서 80바트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말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자식 게다가 난 고속도로 이용료는 80이 아니라 65라는 것도 알고 있다.




고속도로로 가지 말고 그냥 가라니까 고속도로로 가면 40분이 걸리고, 그러지 않으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른다고 겁을 주길래 난 가진게 넘쳐나는 시간이니 괜찮다고 했다. 조금 있으니 또 고속도로로 가게 돈을 달래서 난 아까 분명 일반 도로로 가자고 했고 우리 이야기는 끝난다고 못박았다.




일반 도로로 가면 2시간은 걸릴 것처럼 겁주더니 카오산에는 40분만에 도착했다. -_-




람부뜨리에서 내렸다. 이제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야 하는데 오가는 사람들은 많고 시끄럽다. 어딘지는 모르겠다. 언제나 그랬듯, 내 손에 들린건 지도. 미리 예약한 호텔 따위 없다. 그냥 인터넷 후기를 보고 기억해 둔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 뿐.




인심 좋아보이는 할머니가 다가와서는 '뚝뚝 X 10번'을 말한다. 옆에 있는 뚝뚝이(바퀴가 세 개 달린 삼륜차)를 타라는 이야기다. 할머니의 좋은 인상을 믿고 지도를 펼쳐서 내가 가고 싶은 골목을 이야기했더니 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린다면서 뚝뚝을 타라고 한다. 호, 옆에 있던 뚝뚝 기사가 문을 열어줘서 얼결에 탈 뻔 했다. 그런데 어디를 갈 때 딱 한 명한테만 길을 묻는 성격이 아니라서, 조금만 더 걸어보거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절했다. 내 뒤통수를 향해 연신 헤이 #$%#$^#$%(태국말) 뚝뚝 뚝뚝 뚝뚝 거리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황당하지만 30분이 아니라 3분만에 이미 내가 원했던 골목 한 가운데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뚝뚝을 탔다면 아마 이 근처를 빙빙 돌다가 여기에 내려줬겠지. 태국 사람들 순박하다더니 여행객들을 자주 접한 사람들은 제법 얄미운 여우짓을 잘한다.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나니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시간 내내. 밖은 아우성치는 소리로 가득하고 1층 로비에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뭔가 시큼한 냄새가 나는데 이건 카오산이 품고 있는 냄새인지 로비에 모인 사람들이 뿜는 냄새인지. 빗방울은 굵고 오후 4시 답지 않게 하늘은 어두웠다. 번개는 몇 분 혹은 몇 초 간격으로 계속 내리친다. 새로운 도시에 오자마자 왠 비가 세 달 내내 내릴 듯한 기세로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래도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오니까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난 배가 고프다.




내가 짐을 푼 게스트하우스 1층 복도에는 물이 들어와 있어 종업원들은 연신 물을 퍼내고 있다. 다행이 내 방은 2층. 1시간이 지나자 거리에는 종아리까지 물이 차올라 사람들이 맨발이나 플립 플랍(조리)을 신고 첨벙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야 이 낙후된 하수도 시스템은. 1시간 비가 내렸는데 이럴 거면 두 시간 비가 내리면 뭔가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질 것 같은 기세. 다사다난한 하루다.




아마 개중에 역류하고 있는 하수도도 있을테니, 지금 이 도로에서 찰랑거리는 물에는 하수구에 고여있던 물도 섞여있을게다. 이런 도시를 걸어다니는 것도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다들 즐거워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잖아. 바지를 걷었다. 아직도 작은 빗방울들이 내리고 있어 작은 수건을 카메라 위에 올리고 바지를 걷었다. 가방에서 조리를 꺼내 신고 길가로 나섰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go to top)

◀ recent : 1 : ... 128 : 129 : 130 : 131 : 132 : 133 : 134 : 135 : 136 : ... 282 : previous ▶

search

about this blog



휴식과 대화가 있는 공간.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 세상
RSS 2.0 / Tattertools /

Notice

Archive

Calendar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282)
공부이야기 (1)
사람사는이야기 (6)
주변의물건이야기 (11)
카메라이야기 (8)
렌즈를통한이야기 (69)
여행이야기 (138)
읽었던책이야기 (41)
미술영화음악이야기 (7)
힘들때적어두는이야기 (1)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Tag Cloud

Links

Statistics 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