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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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유쾌하고 달콤한 도쿄 이야기, <김영하 도쿄>










일단, 많이 웃었다. 작년에 읽었을 때는 별 느낌없이 슥슥 넘기면서 '뭐야 이거' 했었던 게 정말 이 책이었었는지 싶을 정도로 많이 웃었다. 그리고 두 번 읽었다. 일본인들이 정말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생맥주의 거품이나 우리와는 다른 삶의 태도를 한국인의 시선으로 읽어내고 적어두고 있다. 가까우면서도 정말 차이가 많이 나는 도시다.




책 서두, 김영하의 소설에서 국어국문학과라는 곳의 '학문상의 대발견'이 무엇인지에 대한 서술이나, 중세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이 일본인 유학생 마코토에게 독도가 누구 땅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을 때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한 마코토의 대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에, 저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팬입니다만."이라고 대답하다니 마코토(아니 사실은 작가-김영하의 상상력이겠지만)의 기지는 정말 굉장하다. 




도쿄에서 쓴 짧은 소설과 직접 찍은 사진, 여행 일화 세 가지 파트를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 시도는 독창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김영하는 도시의 색깔과 분위기에 맞춰 매번 다른 종류의 카메라를 사용한다(전작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콘탁스 G1을 사용했다). 도쿄 편에서는 롤라이35를 집어들었다. 롤라이35라니, 이정도면 카메라 애호가와 사진 애호가들의 관심도 충분히 끌 것이다. 김영하는 롤라이35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 물론, 김영하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꽤 상당한 지면을 단지 롤라이35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채우고 있다. 롤라이35를 중고로 구하는 과정 묘사는 꽤 흥미진진하다. 남자라면 굉장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표현도 있어서 또 한 번 키득거렸고.




요즘은 도시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의 나열이 아닌, 개인의 감성과 이야기를 풀어나간 여행 에세이가 유행이다. 정말 여기저기에서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행한 이야기와 감성적인 사진들 곁들인 에세이를 수두룩하게 쏟아낸다. 물론 대부분의 책을 훑어보면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머무는 정도가 어울릴 법한 수사나 문장이 더러 있다. '이건, 정말 글과 사진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출판사 측의 마케팅의 승리였고, 이 책을 구입한 난 낚인 거구나' 싶은. 그런 와중에 김영하의 도쿄 이야기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뻔한 관광명소들을 ‘안내’하거나 개인의 일기장을 펼쳐놓는 대신, 여행하면서 틈틈이 느낀 영감으로 빚어낸‘소설’과‘사진’,‘ 에세이’로 한 권을 채워 우리에게 내밀고 있으니까.



김영하 여행자 도쿄 - 8점
김영하 지음/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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