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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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위트 로드, 김영모의 일본제과점 답사기

반드시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음식을 조리 용기에 그대로 담아 먹지 않도록 한다. 정식으로 그릇에 담고, 예쁜 냅킨을 놓고 먹는다. 이는 먹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서이다. 음식은 오래 씹고 천천히 먹는다.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지 않는다. 지금 입 안에 있는 음식의 맛과 향에 관해서만 생각한다.
-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미레유 길리아노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화된 생산 체계와 마케팅으로 무장되어 있는 반면 규모가 작은 개인 제과점들은 소위 장인정신으로 개성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경쟁력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유명 제과 체인점의 빵과 케이크가 어느 정도 표준화된 맛을 보여주는 반면, 개인 제과점 제품들이 각 베이커의 개성을 그대로 담아내는 차이가 여기에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당시 살던 아파트 단지 앞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빵집 두 개가 나란히 있어 경쟁을 하고 있었다. 우유식빵은 1000원, 옥수수식빵은 1500원이었고 빵의 양은 지금의 체인점 식빵의 두 배 정도 였다(길이가 길었죠. 길이가 긴 형태의 식빵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요즘 식빵은 양이 줄었어요. 예전에는 식빵 한 봉지 사면 몇 날 몇 일을 먹었는데 말이죠).

A 빵집의 옥수수 식빵은 옥수수 알갱이를 넣고 구워내 빵 사이사이에 옥수수가 귀엽게 붙어있는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고, B 빵집의 옥수수 식빵은 옥수수를 가루내어 반죽에 넣고 구워내 구수한 옥수수의 풍미가 빵의 결을 따라 곳곳에 묻어있는 식으로 양 쪽 집의 빵 만드는 스타일도 달랐다. 서로 경쟁하느라 식빵 하나만 사도 이것저것 끼워주는 작은 빵이나 과자도 많아 부수입을 챙기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금은 유명 체인점에 밀려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제과점이 예전보다 눈에 덜 띄어 아쉬움이 크다.  

<스위트 로드>는 '강남 최고의 빵집', '빵 하나로 타워팰리스에 입성한 파티시에' 등의 수식어가 붙는 제과명장 김영모씨가 40일간 일본여행을 다니면서 하루에 많게는 50가지 이상의 케이크와 빵을 시식하며 유명 체인점보다는 개인 제과점을 둘러 본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각 베이커들의 마인드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좀 더 첨언하자면, 46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두꺼운 책 속에 온갖 종류의 맛깔스러운 빵과 케이크 사진들이 곁들여져 있어 배고플 때 책장을 넘기면 집 앞 베이커리로 발걸음을 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다만 아쉬운 점은 각 제과점마다 두 페이지 정도만 할애해 개인적인 느낌과 대표적인 제과, 그리고 베이커와의 대화 내용 등으로 구성하고 있어 제과점의 소개가 부실한 편이라 직접 찾아가보고 싶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 찾아가는 길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스위트 로드 - 6점
김영모 지음/기린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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