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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찍어라 - ![]() 조선희 글.사진/황금가지 |
비주류. 난 항상 소위 비주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들은 단지 '비주류'라는 이유만으로 숱한 편견과 난관에 봉착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자신의 입지를 만들었기에 비주류라는 이름으로 소개될 수 있는 것이다. 비주류라는 이유만으로 주저앉았다면 비주류라는 수식어를 통해 언론에 소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비주류는 주류의 몇 배에 달하는 노력을 통해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선다. 업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전에는 매일을 불안과 초조함으로 채워나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비주류의 성공은 주류에 속한 이의 성공보다 더 빛나고 값지다.
참 욕도 많이 먹었고 꿀뚝 없이 피어오른 온갖 험담들이 나돌았다. 한동안은 주류 중의 주류인 중대 출신들이 알게 모르게 날 밟으려고 했다. 기획 프로젝트에 내 이름이 올랐다가 그들의 반대로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했고 내게 빌려 주기로 했던 모 선배의 스튜디오는 두꺼운 철문처럼 닫혀 있기도 했다. 포토그래퍼 모임에서도 그들은 나를 쳐다보지도,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
- 조선희,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 조선희,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맨 처음 그녀를 인터뷰했던 기사조차 제목을 '비주류 조선희'로 달았다. 언젠가 조세현 씨는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조선희는 주류들이 외고 다니는 외국의 많은 사진작가 이름이나 어려운 용어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고 현장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몸으로 사진을 체득하면서 십사 년 동안 사진을 업으로 삼아왔다.
책의 첫 장에서 밝히고 있듯, 사진을 찍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조언은 세상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와 사진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사진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다. 빛, 기술적인 것, 사진가의 태도와 감정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이러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조리개를 얼마나 조이고(혹은 개방하고) 셔터 스피드는 어느 정도로 맞추라는 식의 가이드는 정말 흔하다. 황금비율? 삼각비율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기술적인 이야기나 화면비율에 대한 것들을 논하고 있지 않다. 제 1부에서는 초보에게 들려주는 사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DSLR이 넘쳐나고 있어, 사진을 취미로 하려면 DSLR부터 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대중에게 제 1부 첫 장에서 똑딱이 카메라 예찬을 하면서 그런 편견을 바로 잡고 있다. 더 나아가 구본창, 최광호 등 8명의 사진작가가 자신이 쓰는 똑딱이 카메라와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짙은 설득력을 가지게 하였다.
제 2부에서는 플래시를 쓸지 말지, 그리고 사진가의 태도와 30분 만에 배우는 사진 등 조선희 자신의 사진 찍는 방법과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3부와 4부에서는 구도와 원근감, 색감, 기념 사진 잘 찍는 법, 그리고 인물 사진을 찍을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여러모로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굉장히 쉬운 일이기도 하다. '잘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을 때 사진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된다. 예전에 수업을 들었던 한 선생님이 배워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사진인데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사진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아이 사진을 찍어 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몰라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조선희는 30분 만에 사진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조선희는 일하면서 온몸으로 사진을 배웠다. 경험으로 배웠다.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사진이 좋아 사진을 찍었고, 지금은 사진으로 돈을 벌고 있다. 때문에, 사진을 전공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기술적 요소나 사진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
한국인만큼 DSLR을 많이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윤광준은 전국민의 사진작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다. 디지털 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굉장한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사진가가 넘쳐나고 있다. 과거 프로 사진가가 사진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였다면, 지금의 사진작가는 사진기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의미가 변했다. 야경을 찍을 때는 조리개를 F16이상으로 조이고 셔터 속도는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한다는 식으로 상황별 테크닉과 수동 조절만을 중시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것들을 사진을 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필수덕목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얻을 '꺼리'가 없다. 이게 뭐지? 싶을 수도 있고, 비판을 넘은 비난의 칼날을 사정없이 들이밀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80~90년대 달력 사진 같은' 사진만 양산해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대해 만족스러웠던 점 두 가지는 책의 지질이 고급스러워 예제 사진들을 더 잘 느껴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전반적인 책의 편집과 디자인이 세심하게 신경쓴 표가 난다는 점이었다.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나 이 책의 원고를 완성하는 데 만 삼 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조선희라는 작가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더 많이 알고 싶다면 그녀의 전작인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를, 사진가 조선희가 10여 년에 걸쳐 찍어 온 수만 장의 사진 가운데 골라 담은 풍경을 감성 어린 언어와 함께 담아낸 사진들을 만나고 싶다면 <조선희의 힐링 포토>를 집으면 되겠다.
- 나도 나의 똑딱이 카메라, 캐논 익서스 70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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