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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이다 - ![]() 김홍희 글.사진/다빈치 |
마음에 드는 책이다. 별을 셋밖에 주지 않은 이유는 어지간해서는 별 넷, 다섯을 남발하지 않는 성격이 있는데다(별 셋 정도면 '그냥 그렇네'가 아니라 '꽤 괜찮은 책'이라는 의미가 된다), 사실은 별 넷은 주어야지 않을까 싶은 책이었는데 책의 분량이 아쉬웠다. 질적인 면에서 떨어졌다는 말이 전혀 아니다. 양이 조금 아쉬웠다. 괜찮은 책이다. 밑줄을 그어두고 싶은 문장이 많았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은 책이라면 정말 괜찮은 책 아닌가.
“선생은 소리를 즐기시는군요. 저는 음악을 즐깁니다.”
나는 순간 머리가 번쩍 깨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음악 마니아였고 내 친구는 소리 마니아였던 것이다. 실제로 내 친구는 비싼 오디오는 가지고 있었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음반이 많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여기까지 82)른 친구는 소담한 장비에 아주 많은 음반을 가지고 있었다.
자리가 어색해지자 내가 조용히 말을 듣던 친구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1억이라는 돈을 들여 시스템을 조율하고, 앰프를 바꾸고, 스피커 전선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그러자 그 친구가 대답했다.
“그런 분들 덕분에 오디오 시스템의 질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집니다. 그런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 김홍희, <나는 사진이다>
오디오 입문기로 많이들 보는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에서 위와 비슷한 맥락의 질문이 있다. 오디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인데, 저자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 답변 내용을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답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아무런 논리도 없었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간단한 튕겨짐 앞에 더 이상의 대화가 존재할 틈은 없었다. '너나 잘하세요' 같은 저급한 수준의 답변이 활자화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ㅋㅋㅋㅋ(어지간해서는 채팅 용어를 자제하는 편이지만 여기서는 특별히 쓰도록 합니다 ㅋㅋㅋㅋ) 그런데 <나는 사진이다>를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누군가 대신 긁어준 느낌이었다. 맞다. 나는 소리가 아니라 음악을 즐겨야겠다.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을 즐겨야겠다.
- 김홍희, <나는 사진이다>
통쾌하다.
- 김홍희, <나는 사진이다>
통쾌하다. 2
김홍희 자신의 오랜 시간 카메라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얻은 깨달음을 담은 글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밑줄 그어두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진을 통해 말하고 있지만, 사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전문적인 용어는 나오지 않는다. 유대인 여자친구 린다의 이야기는 예측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지만 충분히 감동스럽다. 김홍희의 신작 <김홍희 몽골방랑>을 읽기 전에 다시 한 번 꺼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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