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사진

[책] 이탈리아 스타일 여행기 - Italian Joy

Italian Joy - 8점
칼라 컬슨 지음/넥서스BOOKS


  저자인 칼라 컬슨은 현재 '하퍼스 바자', '마리 클레르'를 비롯 세계적인 잡지사의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본래 호주에서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했지만 정작 그 내면은 외롭고 삭막했다.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심야 귀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성교제와 그 외 인간관계들, '이렇게 살아야지'했던 이제는 아득한 어릴 적의 꿈,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곤 했다. 그리고 타이 식당에서 보내온 작은 상자가 계기가 되어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게 선택의 여지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는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지금의 삶에 안주할 수도 있고, 이 삶을 끝장내고 오래전부터 꿈꾸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 23쪽


  개인적으로 사진을 취미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거주하면서 사진을 다니는 저자의 모습에 무척이나 매료되었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모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로맨틱하게 그려내고 있어 한층 더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사진학교에 등록해서 사진을 배우고, 매일 아침 부엌에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포피를 상대로 이탈리아어를 실습했다. 그럴 때면 테라스에서 흘러들어온 햇빛이 부엌을 환하게 비추곤 했다. 처음에는 잠시 머물 요량으로 2주치 하숙비를 내고 들어갔는데, 결국 그곳에서 2년을 살았다.
  피렌체는 내가 뛰노는 운동장이 되어주었다. 시뇨리아 광장과 넵튠의 분수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와 그곳의 넘실대던 물결만큼이나 친근해졌다.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이탈리아에서의 하루하루가 나를 매혹시켰다. 미리 뭔가를 계획하는 일은 없었고, 모든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여름밤 광장에서의 현악 4중주 감상도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나폴리, 베네치아, 포시타노 등 마음 내키는 대로, 기차가 실어 나르는 대로 떠나는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 28쪽


  이 책을 처음 읽었던건 2006년 가을이었다. 당시 유럽여행을 꿈꾸면서 이것저것 이탈리아나 벨기에 같은 나라의 여행기, 현지인들의 생활에 대한 책을 읽고 있을 때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찬가에 가까운 이탈리아인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실제 이탈리아에서는 열흘이 조금 넘게 있었다. 뒷골목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모습,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푸짐한 저녁 식사, 매일 아침 시장에서 신선한 야채를 사는 모습과 그 야채를 갈색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모습, 빨래줄마다 줄줄이 걸려 있는 색색의 향연을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여행하면서 들른 나머지 나라들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코 그 이름은 이탈리아였다.

  본래 번역서는 원문의 미묘한 차이나 유려한 문장 구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본서는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맛깔스러운 문장 일색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내내 번역 수준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는 일은 없었다. 원문 자체가 부드러운 문장으로 이루어졌던 것인지 역자가 자신의 기교로 원문과 우리말 사이의 빈공간을 채워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탈리아에 가볼 생각이 있거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지유럽이나 론리플래닛을 뒤적이며 여행 루트를 짜기 전에 꼭 읽어보고 가면 괜찮을 책이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바쁘게 사는 이들의 손에도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삶이 단순해졌을 뿐만 아니라 삶의 속도도 달라졌다. 자동차 대신 앙증맞은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중세풍의 피렌체 거리를 한가로이 산책했다. 부드러운 등불 아래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는 저녁시간의 끝없는 대화를 즐겼다. 하루하루가 진기한 모험이었고, 오렌지 주스나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일마저도 의욕이 불끈 솟는 즐거운 과제가 되었다. 13년 동안 비좁은 사무실에서 일만 하다가 다시 돌아간 학교생활은 즐거움과 짜릿함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28,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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